2026년 7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문학 32~34번에 출제된 박목월의 「회귀심」은 밤마다 원효로행 버스를 기다리는 화자의 귀가를 그린 작품입니다. 원효로에는 가족이 있고, 화자는 생계를 마련하려 하루 종일 거리를 서성인 뒤 그곳으로 돌아갑니다. 이 귀가는 편안한 안식만을 뜻하지 않아요.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고단함과 가족을 향한 애정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화자가 자신의 마음을 ‘갸륵하고 측은한 회귀심’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마지막의 ‘끝없는 부드러운 그 손’은 홀로 떨어져 가는 듯한 삶을 받아 주는 포용의 감각으로 이어집니다.
「회귀심」의 시상 전개는 ‘원효로행 버스를 기다림 → 생계를 위한 하루 →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는 마음 → 자신을 받아 주는 부드러운 손’으로 이어집니다. 귀가의 반복이 화자의 현실과 가족에 대한 태도, 절대적 존재의 포용까지 보여 주는 구조예요.
원효로행 버스는 반복되는 가장의 귀가를 보여 줍니다
화자는 어디에 있든 밤이 되면 원효로행 버스를 기다립니다. ‘어딜 가나’와 ‘어디서나’가 반복되면서 하루의 장소는 달라도 귀가의 방향은 늘 같다는 사실이 드러나죠. 원효로는 가족이 사는 구체적인 생활 공간입니다. 제목의 회귀도 매일 가족에게 돌아오는 현재의 삶을 가리킵니다.
‘기다린다’, ‘돌아온다’, ‘가족이 있다’와 같은 현재 시제도 이 반복을 살려 줍니다. 지금도 계속되는 생활의 리듬으로 제시한 것이죠. 버스를 기다리고 가족에게 돌아오는 일은 가장으로 살아가는 화자의 매일의 질서입니다.
‘호구책’과 ‘측은한 화목’에는 생활의 무게가 담겨 있습니다
‘호구책’은 먹고살 방도를 뜻하며, 화자가 하루 종일 거리를 서성인 이유를 분명하게 알려 줍니다. 그 하루에는 사람을 방문하고 외로운 친구와 술잔을 나누는 일도 섞여 있습니다. 화자는 가족의 생활을 감당하려 애쓰는 가장으로 그려집니다.
원효로의 가족은 ‘서로 등을 붙이고 / 하룻밤을 지내는 측은한 화목들’로 표현됩니다. 서로 등을 붙인 모습에는 가까이 기대어 사는 가족의 온기가 느껴져요. 여기에 ‘측은한’이라는 말이 붙으면서 넉넉하지 않은 생활과 가족을 바라보는 연민이 더해집니다. 화자는 가족의 화목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그 삶의 고단함도 함께 보고 있습니다.
기출에서는 33번에서 ‘호구책’과 ‘측은한 화목’을 직접 판단하게 했습니다. 이 문항의 정답률은 화법과 작문 54%, 언어와 매체 63%였어요. 두 작품의 다섯 대목을 함께 판단하는 문제였으며, 세트에서 가장 많이 갈렸습니다. 「회귀심」에서는 ‘호구책을 마련하려 하루 종일 서성거림 → 생계를 위해 애쓰는 화자’, ‘서로 등을 붙이고 지내는 측은한 화목 → 가족을 향한 연민’으로 근거를 연결하면 됩니다. 인용된 시어가 누구의 처지와 어떤 태도를 드러내는지 확인하는 문제였죠.
‘갸륵하고 측은한 회귀심’은 화자 자신을 향한 말입니다
화자는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는 자신의 마음을 ‘갸륵하고 측은하다’고 평가합니다. ‘갸륵하다’에는 가장의 역할을 다하려는 마음을 귀하게 여기는 태도가 담겨 있고, ‘측은하다’에는 그렇게 하루를 버티고 다시 가족에게 돌아가는 자신을 향한 연민이 담겨 있어요. 서로 다른 두 정서가 한 구절 안에서 화자의 복합적인 자기 인식을 보여 줍니다.
회귀심을 단순히 집이 그립다는 감정으로 줄이면 가장 중요한 생활의 맥락이 사라집니다. 화자는 생계를 위해 거리를 서성였고, 밤이 되자 가족에게 돌아갈 버스를 기다립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도와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삶의 무게,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애틋함이 회귀심에 함께 담겨 있습니다.
34번은 작품 감상 자료에서 제시한 ‘일상 속 반복’과 ‘가장으로서의 자기 인식’을 시구에 연결하는 문제였습니다. ‘어디서나’ 밤이 되면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는 행동이 반복의 근거이고, ‘갸륵하고 측은한 회귀심’은 그 삶을 바라보는 화자의 자기 평가입니다. 문제를 풀 때는 ‘가장의 역할을 다하는 자신’이라는 설명이 어느 시구에서 나왔는지 이 두 근거로 확인하면 돼요.
릴케의 시구는 ‘떨어짐’에서 ‘받아 줌’으로 이어집니다
첫 번째로 언급된 릴케의 시구는 화자의 고독을 우주적인 공간으로 넓힙니다. 별이 찬란한 누리 안에서 땅덩이가 고독한 공간으로 혼자 떨어져 가고, 그 위에서 화자는 생계를 위해 거리를 서성입니다. 도시의 밤을 사는 한 사람의 외로움이 거대한 세계 속에서 떨어져 가는 존재의 모습으로 형상화됩니다.
두 번째 릴케의 시구에서는 떨어짐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어둑한 버스 안에서 화자는 떨어지는 모든 것을 소중하게 받아 주는 ‘끝없는 부드러운 그 손’을 느끼고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작품에 제시된 절대적 존재는 구체적인 교리나 이름으로 설명되지 않아요. 고단한 자신을 받아 주는 부드러운 손의 감각으로 나타납니다.
처음의 화자는 고독한 공간으로 혼자 떨어져 가는 존재처럼 보였습니다. 마지막에는 그 떨어짐을 받아 주는 손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회귀심」의 결말은 가족에게 돌아가는 현실적인 귀가와 삶 전체를 감싸는 정신적인 포용을 함께 보여 줍니다. 버스 안에서 마음이 가라앉는 이유도 이 두 겹의 귀가에서 찾을 수 있어요.
34번에서 ‘부드러운 그 손’은 고단한 하루를 마친 화자를 포용하는 절대적 존재와 연결됐습니다. 여기서는 그 손의 정체를 구체적으로 추측할 필요가 없어요. ‘떨어지는 모든 것’을 ‘소중하게 받아 준다’는 작용을 확인하면, 화자 역시 그 포용 안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는 판단까지 이어집니다.
생계를 위한 서성거림
반복되는 귀가
측은한 화목
삶을 받아 주는 포용
「회귀심」은 원효로행 버스라는 일상적인 소재로 가장의 책임과 가족을 향한 애정, 고단한 자신을 바라보는 연민을 보여 줍니다. ‘호구책’은 생활의 현실을, ‘측은한 화목’은 가족의 온기와 고단함을 드러냅니다. 여기에 두 번 등장하는 릴케의 시구가 고독한 떨어짐과 부드러운 포용을 연결하죠. 작품을 읽을 때는 버스의 이동 경로보다 화자의 마음이 가족과 절대적 존재를 향해 어떻게 깊어지는지 따라가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