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국어 문학 22~25번 양귀자 「한 마리의 나그네 쥐」는 원미산에 들어간 사내의 모습과 동네 사람들의 술자리 대화를 번갈아 놓습니다. 사내는 도시의 군중을 견디지 못해 산으로 향했지만, 숲에서는 오히려 사람의 빛과 숨소리를 찾습니다. 반면 동네 사람들은 사내의 행방을 말하면서도 누구도 그를 직접 알지 못하죠. 두 장면 사이의 거리가 작품을 읽는 중심입니다.
이 지문에서 먼저 잡을 흐름은 사내의 고립이 두 번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숲속에서는 관계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고독으로, 술자리에서는 한 사람의 삶이 근거 없는 소문으로 소비되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사내와 동네 사람들을 따로 읽지 말고, 서로 다른 고립의 장면으로 연결해 보세요.
사내는 도시를 떠났지만 혼자 있는 일을 견디지 못합니다
사내는 밀폐된 도시 공간과 군중 속에서 타인에게 폭력적인 충동을 느끼고 원미산으로 갑니다. 사람에게서 벗어나려 한 선택이었어요. 그러나 숲에 들어온 뒤에는 자신의 발자국 소리라도 듣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고 느낍니다. 고요한 숲은 사내를 편안하게 하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야 버틸 만큼 불안한 공간이 됩니다.
가슴속 우물이 차올라 한 줌의 바람에도 물이 넘칠 듯하다는 비유, 끝없이 깊은 터널처럼 느껴지는 숲, 눈을 감아도 더 어지러운 어둠은 모두 사내가 지금 겪는 심리를 드러냅니다. 이 부분에서는 사내가 어둠을 맞으며 숲을 헤매는 현재의 시간이 이어집니다.
22번에서는 화법과작문 선택 집단의 한 선택지에 21%가 몰렸습니다. 숲속 장면을 지난 일을 떠올리는 대목으로 읽으면 이 선택지에 끌리기 쉬워요. 발소리와 우물 같은 가슴, 숲의 어둠은 모두 사내가 지금 겪는 감각을 보여 줍니다. 언어와매체 선택 집단에서는 22번 정답률이 77%였고, 20% 이상 몰린 오답은 없었습니다.
실제로는 조금만 걸으면 시야가 트이지만, 사내는 숲을 빠져나가지 않으려고 원을 그리며 맴돕니다. 도시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숲속의 완전한 고립도 버티지 못합니다. 사내의 이동은 관계에서 멀어지려는 행동이면서, 관계의 부재가 얼마나 견디기 어려운지를 드러내는 행동이죠.
쥐와 사내는 같은 어둠 속에서 서로를 바라봅니다
쥐는 사내와 열 발자국쯤 떨어진 곳에서 사내를 올려다봅니다. 사내도 그 까만 눈을 바라봅니다. 작품은 혼자 산을 헤매는 쥐의 구부정한 등허리와 사내의 구부정한 등허리에 청색 어둠이 차례로 내려앉는 모습을 나란히 보여 줍니다. 저녁이 깊어지는 시간 배경이 두 존재의 처지를 겹쳐 보이게 합니다.
사내가 쥐를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하는 순간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인용 부호 없이 들어간 이 생각은 쥐를 바라보는 사내의 내면을 바로 드러냅니다. 홀로 산을 헤매는 쥐에게서 사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장면이기도 해요. 쥐의 존재는 사내의 시선과 어둠의 묘사 속에서, 외따로 남은 두 존재의 처지를 겹쳐 보이게 합니다.
여기서 남길 표현은 ‘구부정한 등허리’와 ‘청색 어둠’입니다. 같은 표현과 같은 시간의 어둠이 쥐와 사내에게 이어지면서, 두 존재가 외따로 남은 모습이 하나의 장면 안에서 포개집니다.
사내가 바라는 것은 큰 위로가 아니라 타인의 기척입니다
두 청년이 텐트를 걷어 떠난 뒤 사내는 빈자리를 오래 바라봅니다. 주홍빛 텐트도, 서투르지만 다정했던 기타 소리도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기타 소리가 없다면 한 가닥의 빛이라도, 그것마저 없다면 잠든 사람의 숨소리라도 곁에 두고 싶다고 말하죠. 사내가 찾는 것은 대화나 도움보다 먼저, 곁에 누군가 살아 있다는 기척입니다.
사내는 딸아이와 그 아이가 가져야 할 피아노, 집에 두고 온 손목시계도 떠올립니다. 손목시계로 시간을 짐작하려는 행동은 숲에서 멈춘 사내에게 집의 시간과 가족의 시간을 불러옵니다. 하지만 그 기억이 사내를 고독에서 꺼내 주지는 않습니다. 몸이 나무둥치에 붙은 듯 움직이지 못한 채, 사내는 마침내 숲 한가운데에서 흐느껴 웁니다.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지만 사내에게 닿지 못합니다
술자리에서 사람들은 사내가 직장을 잃었을 것이라는 말, 부부 사이의 불화, 빚, 죄, 원미산 귀신 이야기까지 꺼냅니다. 박 씨가 아는 것은 서울 회사에 다닌 월급쟁이였고 대학을 나왔으며 인물이 괜찮았다는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누군가에게 들은 말과 추측이 쌓인 것입니다. 사내의 삶은 사실보다 소문의 재료로 더 많이 다뤄집니다.
대화의 역할을 나누어 보면 흐름이 분명해집니다. 박 씨는 대략적인 신상을 말하고, 주 씨는 사내가 산으로 간 까닭과 남은 가족을 궁금해합니다. 엄 씨는 귀신 이야기를 보태고, 김 반장은 이들이 실제로 사내를 본 적이 있는지 묻습니다. 결국 누구도 사내나 가족을 직접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사내를 안다고 여겼던 대화가 실은 빈약한 전언 위에 서 있었던 셈이죠.
23번 정답률은 화법과작문 선택 집단 기준 66%였습니다. 네 사람의 말을 한 덩어리의 술자리 수다로 묶으면 판단이 어긋나요. 박 씨는 사내의 신상을 전하고, 주 씨는 가족과 생계 쪽으로 마음이 가며, 엄 씨는 귀신 이야기로 사내의 행방을 설명합니다. 누가 어떤 정보를 말하는지 나누어 읽어야 했던 문항입니다.
소식이 끊긴 자리에 궁금증만 남습니다
사내의 가족은 한동안 연락을 기다리고 찾아보지만 아무 소식도 받지 못합니다. 가족마저 떠난 뒤에는 사내가 여전히 산에 있는지, 다시 가족을 만났는지,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연락의 부재는 사내의 행방을 둘러싼 궁금증을 남기지만, 술자리의 누구도 그 궁금증을 풀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확인한 뒤 사내의 일을 더 파고들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한 이야기를 허황된 소리로 돌리고, 잠과 모기, 장사 이야기를 꺼내며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작품은 숲속 사내가 겪는 절실한 고독과 동네 사람들이 그 고립을 가볍게 소비하는 태도를 교차해 보여 줍니다. 한 사람의 사라짐이 소문으로만 남을 때 관계의 부재는 더 깊어집니다.
22~25번에서 연결할 장면
감각과 불안
어둠 속의 겹침
피상적인 소비
「한 마리의 나그네 쥐」는 타인을 피하려 한 사내가 타인의 흔적을 갈망하게 되는 과정과, 사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의 삶을 이야기거리로 바꾸는 과정을 함께 보여 줍니다. 숲에서는 현재의 감각과 어둠의 묘사를, 술자리에서는 인물마다 말하는 정보와 그 근거를 따라가면 장면들이 하나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