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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택 「나무」 나이테가 말하는 겨울과 봄 | 2027학년도 6월 평가원 국어

2027학년도 6월 평가원 국어 22~27번 갈래복합 지문에서 김기택의 「나무」는 김명인 「그 나무」, 정지용 「노인과 꽃」과 함께 출제됐습니다. 이 작품은 살아 있는 숲속 나무를 바라보는 시가 아니라, 대패로 깎여 가구가 된 나무의 무늬를 보며 그 안에 남은 겨울의 시간과 봄의 생명력을 읽어 내는 시입니다. 이 한 가지를 잡고 들어가면 나무의 무늬, 겨울의 흔적, 봄의 생동을 묻는 문항의 판단이 훨씬 또렷해집니다.

등급컷 2027학년도 6월 평가원 국어는 화법과 작문 기준 1등급 96점, 2등급 91점, 3등급 82점, 4등급 71점, 5등급 56점이었습니다. 언어와 매체 기준은 1등급 95점, 2등급 89점, 3등급 81점, 4등급 70점, 5등급 56점이었습니다. 문학 갈래복합 22~27번은 전체적으로 평이해 보였지만, 22번과 27번에서 꽤 많은 학생들이 다른 선택지로 흔들렸습니다.

「나무」는 표면을 보는 시가 아니라 시간을 읽는 시입니다

첫 행은 “대패로 깎아낸 자리마다 무늬가 보인다”입니다. 화자는 나무가 서 있는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구가 된 목재의 표면을 봅니다. 그런데 그 표면을 단순한 장식으로 넘기지 않습니다. “희고 밝은 목질” 사이를 지나는 “어둡고 딱딱한 나이테들”을 보며, 그 무늬가 “겨울이 지나갔던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자리입니다. 자리는 단순한 위치가 아니라 어떤 일이 지나가고 남은 흔적입니다. 나이테는 나무의 나이를 세는 선이 아니라, 겨울이 나무의 몸을 통과하며 남긴 흔적입니다. 그래서 화자는 가구의 표면에서 과거의 계절, 추위, 수액, 햇빛, 공기, 잎과 꽃의 시간을 다시 읽어 냅니다.

“겨울이 지나갔던 자리이리라”라는 말은 화자가 눈앞의 무늬를 보고 보이지 않는 시간을 추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확정된 사건을 보고하는 말투가 아니라, 관찰한 흔적을 근거로 나무의 과거를 떠올리는 말투입니다.

화자의 인식은 관찰에서 추론으로 움직입니다

이 작품의 화자는 나무와 정서적으로 대화하지 않습니다. 김명인 「그 나무」의 화자가 늦된 나무를 보며 자신의 지지부진한 처지를 떠올리는 것과 달리, 김기택 「나무」의 화자는 가구가 된 나무의 표면을 세밀하게 관찰합니다. 그리고 그 표면에서 나무 안팎에 작용했던 힘들을 읽어 냅니다.

시 속 말투도 이 흐름을 보여 줍니다. “보인다”로 시작한 현재의 관찰은 “자리이리라”, “스며들었으리라”, “익어갔으리라” 같은 추정의 말투로 이어집니다. 화자가 실제 겨울의 장면을 직접 본 것은 아닙니다. 다만 목질과 나이테의 무늬를 보고, 그 무늬 속에 남은 시련과 생명의 과정을 짐작하는 겁니다.

나무의 모습은 상처가 아니라 버팀과 성숙으로 읽힙니다

「나무」에서 겨울은 부드러운 계절이 아닙니다. “모든 틈과 통로”가 “딱딱하게 오므리”고, “두꺼운 껍질”도 “거칠게 갈라”집니다. “추위의 난폭한 힘”은 껍질을 뚫고 들어가 “수액 깊이 맵게” 스며듭니다. 표현만 보면 겨울은 나무를 공격하는 힘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시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햇빛과 공기들은 “겨우내 얼었다가 / 독한 향기와 푸르고 진한 빛으로 익어” 갑니다. 이 부분이 23번의 핵심이었습니다. “독한 향기”라는 말 때문에 부정적 결과라고 읽으면 바로 틀립니다. 여기서 독하다는 말은 나쁜 결과라는 뜻이 아니라, 겨울을 견디며 더 강하고 진하게 응축된 생명력을 가리킵니다.

23번 포인트 23번에서 적절하지 않은 내용은 “독한 향기”를 부정적 결과로 본 선지였습니다. 화작 선택자는 89%, 언매 선택자는 96%가 맞혔습니다. 그래도 이 선지가 중요한 이유는 평가원이 「나무」의 핵심 오독을 정확히 찔렀기 때문입니다. “독한 향기”를 부정적 결과로만 보면 작품의 방향을 놓칩니다. 겨울의 시련은 상처를 남기지만, 그 시간을 거쳐 향기와 빛이 깊어집니다.

봄은 겨울을 지운 시간이 아니라 겨울을 통과한 시간입니다

“해마다 얼마나 많은 잎과 꽃들이 / 이 무늬를 거쳐 봄에 이르렀을까”라는 구절은 작품 전체를 한 번에 묶어 줍니다. 잎과 꽃은 겨울의 흔적을 지우고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무늬를 거쳐” 봄에 이릅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봄은 단순히 밝고 따뜻한 계절이 아닙니다. 겨울 동안 닫혔던 틈과 통로가 다시 열리고, 멈추었던 호흡과 움직임이 되살아나는 시간입니다. 겨울은 봄의 반대편에서 사라지는 시간이 아니라, 봄에 이르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복합지문 비교에서는 「그 나무」와 「나무」의 자연 인식 차이가 핵심입니다

24번 보기의 중심은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였습니다. 김명인 「그 나무」의 자연은 화자에게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게 하는 대상입니다. 늦된 나무를 보며 화자는 자신의 방황과 지지부진함을 함께 떠올립니다. 반면 김기택 「나무」의 자연은 관찰과 지각의 대상입니다. 가구가 된 나무의 표면을 보고, 그 표면에 깃든 힘과 시간을 읽어 냅니다.

제가 직접 풀 때도 “귀기울였으리라”를 화자의 기원으로 묶은 선지를 먼저 확인했습니다. 이 표현을 화자가 무언가를 빌고 있다는 뜻으로 보면 작품의 초점이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나무 내부의 자양이 나무 밖의 거대한 힘에 반응하는 장면을 의인화한 말입니다. 그래서 김명인 「그 나무」의 “가난한 소지”와 김기택 「나무」의 “귀기울임”을 같은 방식의 기원으로 묶은 선지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24번 포인트 24번에서 적절하지 않은 내용은 “귀기울임”을 화자의 기원으로 본 선지였습니다. 화작 선택자는 74%, 언매 선택자는 86%가 맞혔습니다. 이 문제는 아주 어렵다기보다, 김기택 「나무」를 감상할 때 정서적 교감으로 밀어붙이면 틀리게 만든 문제였습니다. 「나무」는 자연에게 마음을 건네는 시가 아니라, 사물의 표면에서 힘과 시간을 감각하는 시입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흔들린 곳은 22번과 27번이었습니다

22번은 세 작품의 공통점을 묻는 문제였습니다. 정답은 “상황의 대비를 통해 주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선지였습니다. 화작 선택자의 정답률은 49%였고, “계절의 흐름을 통해 애상적 분위기를 고조한다”는 선지로 간 학생이 42%였습니다. 언매 선택자는 정답률 66%, 같은 오답 선지 선택이 30%였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계절 표현을 보고 “계절의 흐름”과 “애상적 분위기” 쪽으로 끌려간 겁니다.

「나무」만 놓고 봐도 계절 표현은 분명 있습니다. 겨울과 봄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작품의 중심은 계절의 흐름으로 슬픔을 고조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겨울의 수축과 봄의 생동, 추위의 시련과 향기와 빛의 성숙이 대비되며 주제 의식을 드러냅니다. 계절이 나온다고 해서 곧바로 “애상적 분위기 고조”로 가면 위험합니다.

22번 포인트 22번은 화작 기준 정답률 49%의 상위 난도 문항이었습니다. “계절의 흐름” 선지는 계절 표현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였지만, 세 작품이 공통적으로 애상적 분위기를 고조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나무」의 겨울과 봄도 슬픔을 키우는 장치가 아니라 시련과 생명의 대비를 만드는 장치입니다.

27번은 “앞줄 아름드리 그늘”과 “노인의 고담한 그늘”을 비교한 문제였습니다. 정답은 두 그늘이 각각 무엇에 의해 만들어졌는지를 본 선지였습니다. 화작 선택자의 정답률은 66%였고, 늦된 나무가 몸을 감추려는 이유와 노인이 생의 마지막을 장식하려는 이유로 묶은 선지를 고른 학생이 22%였습니다. 언매 선택자는 정답률 82%, 같은 오답 선지 선택이 13%였습니다. 이 오답이 흔들리게 만든 이유는 “앞줄 아름드리 그늘”이 실제로 늦된 나무가 반쯤 숨어 있는 공간과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노인의 고담한 그늘”은 노인이 생의 마지막을 장식하려는 이유가 아닙니다.

“앞줄 아름드리 그늘”은 늦된 나무 주변의 나무들이 만들어 낸 그늘입니다. “노인의 고담한 그늘”은 노인의 삶과 덕에서 비롯된 맑고 예스러운 분위기입니다. 둘을 묶는 정확한 기준은 “무엇에 의해 만들어졌는가”입니다. 그래서 앞의 그늘은 주변 나무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뒤의 그늘은 노인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라고 보면 됩니다.

26번의 시간 표현도 「나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26번은 시간 표현을 묻는 문제였고, 「나무」에서는 “겨우내”와 “봄”의 의미가 직접 연결됩니다. “겨우내”는 햇빛과 공기들의 움직임이 얼어붙은 기다림의 시간이고, “봄”은 닫혔던 틈과 통로가 다시 열리는 생동의 시간입니다.

화작 선택자의 26번 정답률은 83%, 언매 선택자는 92%였습니다. 비교적 잘 맞힌 문제였지만, 이 문제를 통해 「나무」의 큰 구조를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겨울과 봄을 단순히 어둠과 밝음으로 나누지 않습니다. 겨울은 생명력이 잠시 멈추고 응축되는 시간이고, 봄은 그 응축을 거쳐 열리는 시간입니다.

마지막 무늬가 흘러다닌다는 말의 의미

마지막에서 무늬들은 “문틈인지도 직각의 모서리인지도 모르고” 가구들 위를 흘러다닙니다. 가구는 인간이 만든 직각의 사물입니다. 문틈과 모서리는 인공적인 경계입니다. 하지만 나무의 무늬는 그 경계를 모르는 듯 지나갑니다.

“지느러미처럼 빠르고 날렵한 무늬들”이라는 비유도 그래서 중요합니다. 지느러미는 물속 생명체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합니다. 가구 위의 무늬는 고정된 선인데, 화자의 눈에는 물속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흐름으로 보입니다. 가구가 된 나무 안에서도 자연의 시간과 생명은 완전히 죽어 있지 않은 겁니다.

이 작품은 이렇게 잡으면 됩니다

  • 대상은 숲속 나무가 아니라 가구가 된 목재의 표면입니다.
  • 나이테 무늬는 나무가 겪은 겨울의 시련과 버팀의 흔적입니다.
  • “독한 향기와 푸르고 진한 빛”은 부정적 결과가 아니라 시련을 거쳐 깊어진 생명력입니다.
  • “귀기울였으리라”는 화자의 기원이 아니라 나무 내부의 생명 흐름이 외부의 힘에 반응하는 장면입니다.
  • 봄은 겨울을 지운 시간이 아니라 겨울의 무늬를 거쳐 도달한 생동의 시간입니다.

김기택의 「나무」는 표면을 오래 보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오래 본다는 것은 단순히 자세히 본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가구 위에 남은 무늬를 통해, 나무가 닫히고 갈라지고 얼어붙고 다시 익어 갔던 시간을 읽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나무는 상처 입은 대상에 머물지 않습니다. 겨울을 통과하며 향기와 빛을 더 깊게 만든 생명의 흔적으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