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학년도 6월 평가원 국어 32~34번 고전시가 세트에서 이정보의 시조는 감상 조건을 적용하는 문제와 직접 연결됩니다. 핵심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임과 화자가 이미 하나가 되었다고 말하는 시가 아니라, 오리나무와 칡넝쿨의 관계를 빌려 임과 빈틈없이 얽혀 있고 싶은 마음을 보여 주는 사설시조입니다.
원문에서 먼저 잡히는 장면
이정보 시조의 첫 구절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자연물의 관계로 바꾸어 놓습니다. 임은 오리나무가 되고, 화자는 칡넝쿨이 됩니다. 여기서 오리나무는 칡넝쿨이 감고 올라갈 수 있는 중심 대상이고, 칡넝쿨은 다른 대상에 얽혀 자라는 존재입니다.
그 나무에 그 칡이 납거미 나비 감듯 이리로 칭칭 저리로 칭칭 외오 풀어 옳게 감아 얽어지고 틀어져 밑부터 끝까지 조금도 빈틈없이 찬찬 굽이 나게 휘휘 감겨 주야장상 뒤틀어져 감겨 있어
동 섣달 바람 비 눈 서리를 아무리 맞은들 떨어질 줄 있으랴
작품을 직접 풀어 보면 중간이 길어서 부담스러워 보입니다. 그런데 길게 늘어진 부분을 하나하나 해석하려고만 하면 오히려 핵심을 놓치기 쉽습니다. “칭칭”, “휘휘”, “얽어지고”, “틀어져”, “빈틈없이”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화자가 임을 대충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임의 존재 전체에 자신이 감겨 있고 싶어 한다는 뜻입니다.
화자 태도는 애상보다 밀착의 소망
이 작품의 화자는 슬픔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임과 떨어져 있는 현실을 자연물의 상상으로 바꾸어, 자신이 임을 감고 있는 장면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화자의 태도는 체념적이라기보다 적극적이고 집요합니다.
“삼사월 칡넝쿨”이라는 표현도 중요합니다. 삼사월은 만물이 자라나는 봄의 시간입니다. 칡넝쿨에 봄의 생장성이 붙으면서, 화자의 사랑은 살아서 뻗어 가는 힘처럼 느껴집니다. 34번의 3번 선택지는 이 부분을 건드렸습니다. “칡넝쿨”을 “삼사월”의 것으로 제시한 것은 화자가 소망하는 상태를 강조하는 정보입니다. 그래서 3번 선택지는 맞는 감상입니다.
마지막 “동 섣달 바람 비 눈 서리”는 반대쪽 조건입니다. 삼사월이 생명력의 시간이라면 동 섣달은 시련의 시간입니다. 화자는 가장 혹독한 계절을 떠올린 뒤에도 “떨어질 줄 있으랴”라고 말합니다. 겉으로는 물음이지만 뜻은 “떨어질 리 없다”에 가깝습니다. 사랑의 지속 의지를 설의적으로 밀어붙인 표현입니다.
다른 고전시가와 비교되는 지점
「만전춘별사」는 임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디 흐르기를 바라는 마음, 김수장 시조는 시름을 강물에 띄워 보내는 발상, 이정보 시조는 임을 감고 싶은 사랑의 소망을 보여 줍니다. 세 작품은 모두 마음속 정서를 그대로 말하지 않고 시간, 사물, 자연물의 관계로 바꾸어 보여 준다는 점에서 비교됩니다.
「만전춘별사」의 “얼음 위에 댓잎 자리”는 임과 함께라면 춥고 가혹한 조건도 견딜 수 있다는 태도로 읽힙니다. “도화는 시름없어 소춘풍하도다”에서는 봄바람을 즐기는 도화와 잠 못 이루는 화자의 시름이 대비됩니다. 김수장 시조의 “시름”은 꺼내 묶어 푸른 강물에 띄워 보내는 대상처럼 제시됩니다. 이정보 시조는 화자 자신을 칡넝쿨로 바꾸어 임에게 더 밀착시키는 방향으로 정서를 형상화합니다.
「만전춘별사」는 시간의 흐름을 더디게 만들고 싶은 마음, 김수장 시조는 시름을 물건처럼 강물에 띄워 보내는 발상, 이정보 시조는 임과 화자를 오리나무와 칡넝쿨의 관계로 바꾸는 발상입니다. 세 작품 모두 현실을 그대로 두지 않고 주관적 상상으로 정서를 형상화합니다.
34번에서 학생들이 헷갈린 부분
34번 정답은 4번입니다. 핵심은 “임과 하나가 된 현재”라는 말이 틀렸다는 점입니다. 직접 풀어 보면 4번 선택지가 처음에는 그럴듯해 보입니다. 「만전춘별사」의 “소춘풍”하는 도화와 이정보 시조의 “납거미 나비 감듯”이 모두 장면이 선명한 표현이라서, 감상 조건의 “특정한 상황을 추가”한다는 말과 얼핏 맞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4번 선택지 끝부분의 “임과 하나가 된 현재”가 결정적으로 틀립니다. “납거미 나비 감듯”은 이미 하나가 된 상태를 말하지 않습니다. 화자가 임과 빈틈없이 얽혀 떨어지지 않고 싶은 바람을 비유로 보여 준 표현입니다. 현재 완료가 아니라 소망의 형상화입니다.
반대로 3번 선택지는 조심해서 봐야 합니다. “삼사월 칡넝쿨”이라는 말은 그냥 계절 배경이 아닙니다. 칡넝쿨이 봄에 왕성하게 뻗어 나가는 존재라는 정보를 덧붙여, 화자가 바라는 결합 상태를 더 강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3번 선택지는 정답이 아니라 적절한 감상입니다.
수업에서는 이 문제를 풀 때 “납거미 나비 감듯”보다 “임과 하나가 된 현재”를 먼저 확인하게 했습니다. 학생들이 장면이 강한 표현에 시선을 빼앗기면 선택지 마지막 판단어를 놓치기 쉽습니다. 평가원 문학 감상 문제는 그럴듯한 표현보다 마지막 해석 문장이 작품의 실제 정서와 맞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 문항 | 정답 | 화법과 작문 정답률 | 언어와 매체 정답률 | 눈에 띄는 오답 |
|---|---|---|---|---|
| 32번 | 5번 | 78% | 90% | 2번 선택 비율 화작 10%, 언매 5% |
| 33번 | 5번 | 72% | 87% | 4번 선택 비율 화작 21%, 언매 10% |
| 34번 | 4번 | 82% | 91% | 3번 선택 비율 화작 9%, 언매 6% |
정답률과 등급컷이 말해 주는 난도
2027학년도 6월 평가원 국어 등급컷은 화법과 작문 기준 1등급 96점, 2등급 91점, 3등급 82점, 4등급 71점, 5등급 56점입니다. 언어와 매체는 1등급 95점, 2등급 89점, 3등급 81점, 4등급 70점, 5등급 56점으로 잡혔습니다.
이 등급컷을 놓고 보면 32~34번 세트는 최상위 난도라기보다, 실수하면 등급에 바로 영향을 주는 구간에 가깝습니다. 특히 화법과 작문 선택자의 34번 정답률이 82%였다는 점을 보면, 작품 자체가 어려웠다기보다 선택지의 마지막 표현을 끝까지 확인했는지가 갈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임과 하나가 된 현재”처럼 한두 단어가 감상의 방향을 바꾸는 경우가 평가원 문학에서 자주 나옵니다.
이정보 시조의 핵심을 한 번에 잡는 법
이 작품은 “임과 떨어지지 않고 싶다”라는 마음을 직접 말하지 않고, 오리나무와 칡넝쿨의 관계로 바꾸어 보여 줍니다. 임은 감김을 받는 나무, 화자는 감고 올라가는 칡넝쿨입니다. “납거미 나비 감듯”은 그 밀착의 강도를 더 높이고, “밑부터 끝까지 조금도 빈틈없이”는 화자가 바라는 결합의 완전성을 보여 줍니다.
여기서 가장 조심할 점은 현재와 소망을 구별하는 것입니다. 이정보 시조의 화자는 임과 이미 하나가 된 현재를 노래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을 상상 속 장면으로 만든 것입니다. 34번 4번 선택지가 틀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고전시가 비교 문제에서는 작품의 배경지식보다 감상 조건이 요구하는 독해 방향이 먼저입니다. 이번 세트는 정치적 충절이나 작가 생애를 묻지 않았습니다. 참신한 발상, 주관적 인식, 심적 상태의 사물화, 인간관계의 비유가 핵심이었습니다. 이정보 시조는 그중에서도 인간관계를 자연물의 관계로 바꾼 작품으로 읽어야 가장 안정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