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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 속임수담과 율도국 정벌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 2027학년도 6월 평가원 국어

2027학년도 6월 평가원 국어 문학 28~31번 허균 「홍길동전」 해설입니다. 해인사 속임수담, 율도국 정벌, 정답률, 등급컷, 헷갈린 선택지를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2027학년도 6월 평가원 국어 28~31번은 허균의 「홍길동전」 중 해인사 재물 탈취 장면과 율도국 정벌 장면을 묶어 낸 고전소설 지문입니다. 이 세트는 줄거리 지식보다 길동의 말이 실제 사건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율도국 정벌의 명분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를 읽어야 풀립니다.

제가 직접 풀어 보니 가장 조심해야 할 지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길동의 말이 사실 전달인지, 상대를 움직이기 위한 전략적 발화인지 구분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해인사와 율도국 성이라는 공간의 성격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지문은 길동의 영웅성을 단순하게 묻지 않는다

「홍길동전」이라고 하면 학생들이 먼저 떠올리는 말은 대개 의적, 활빈당, 서자 차별, 율도국 왕입니다. 그런데 이번 2027학년도 6월 평가원 국어 지문은 그런 배경지식을 그대로 확인하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길동이 승려와 관군을 속이는 장면, 그리고 율도국을 정벌하면서 자기 욕망을 정당화하는 장면을 나란히 제시했습니다.

앞부분에서 길동은 백미를 보내 잔치 상황을 만들고, 승려들을 절 뒤 시내에 모두 모읍니다. 이어 몰래 준비한 모래를 씹어 음식이 부정한 것처럼 꾸민 뒤, 본관에 고발하겠다고 위협하며 승려들을 결박하게 만듭니다. 그 사이 도적들은 재물을 우마에 실어 나릅니다. 관군이 오자 길동은 중의 장삼과 송낙으로 위장하고, 도적들이 북쪽으로 갔다고 거짓 정보를 줍니다.

중략 뒤 율도국 장면에서는 분위기가 바뀝니다. 길동은 살림이 넉넉하고 국세가 대국이나 다름없는 율도국을 정벌하려 합니다. 이때 장수들의 평생 소원, 성탕과 무왕의 역사적 사례, 천명이라는 말을 끌어와 정벌의 명분을 세웁니다. 그래서 이 지문은 홍길동이 착한 의적이라는 단순 지식보다, 고전소설 속 영웅의 힘이 말, 속임수, 명분, 군사력으로 구성되는 방식을 묻는 글입니다.

등급컷과 정답률로 본 체감 난도

2027학년도 6월 평가원 국어 등급컷은 화법과 작문 기준 1등급 96점, 2등급 91점, 3등급 82점, 4등급 71점, 5등급 56점이었습니다. 언어와 매체 기준은 1등급 95점, 2등급 89점, 3등급 81점, 4등급 70점, 5등급 56점이었습니다. 컷만 보면 전체 시험이 가볍게 느껴질 수 있지만, 문학 안에서는 특정 선지가 꽤 정확한 독해를 요구했습니다.

문항 정답 화작 정답률 언매 정답률 핵심 포인트
28번 83% 92% 계획과 실제 실행 구분
29번 68% 82% 해인사와 성의 공간 성격 비교
30번 75% 87% 속임수담의 요소 판별
31번 81% 92% 정당성 인정과 두려움의 구분

가장 눈에 띄는 문항은 29번입니다. 화작에서는 정답률이 68%였고, ④번을 고른 학생도 18%였습니다. ④번은 해인사와 율도국 성을 모두 외부인이 탈취하려는 공간으로 묶어 버립니다. 겉으로 보면 길동이 두 공간 모두를 공격하니 그럴듯하지만, 해인사는 재물을 빼앗는 공간이고 율도국 성은 문서와 군사 충돌을 통해 외부와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공간입니다. 이 차이를 놓치면 ④번이 꽤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28번은 계책과 목격 보고의 범위를 나누는 문제다

28번의 핵심은 길동이 도적들에게 미리 말한 "여차여차"와 나무하던 사람이 군수에게 알린 "사연"의 범위를 나누는 데 있습니다. "여차여차"는 길동이 도적들에게 미리 알려 준 계책을 줄여 표현한 말입니다. 승려들을 모으고, 모래를 씹고, 음식이 부정하다고 몰아붙이고, 승려들을 결박하게 만드는 절차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정답 ③번은 "길동이 승려들을 본관에 고발하는 것"이 그 계책에 포함된다고 했습니다. 이게 틀렸습니다. 길동은 실제로 본관에 들어가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승려들을 겁주기 위해 관의 처벌을 언급합니다. 말은 했지만 실제 실행되는 사건은 아닙니다. 학생들이 이 문제에서 놓치기 쉬운 것은 대화문에 나온 말과 실제 사건을 같은 것으로 처리하는 습관입니다.

나무하던 사람이 군수에게 알린 "사연"은 그가 직접 본 도적들의 침입과 재물 탈취입니다. 도적들이 우마를 가지고 들이닥친 일, 창고를 열고 재물을 훔친 일, 재물을 실어 나른 일이 포함됩니다. 길동의 사전 계책은 계획의 압축이고, 나무하던 사람의 보고는 목격한 사건의 전달입니다. 이 둘을 분리하면 28번은 빠르게 정리됩니다.

29번은 공간 비교에서 가장 많이 갈렸다

29번은 해인사와 율도국 성을 비교하는 문제입니다. 정답은 ③번입니다. 율도국 성은 해인사와 달리 문서로 외부와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습니다. 율도국 장면에서 길동은 율왕에게 격서를 보냅니다. 이 격서에는 항복 요구, 역사적 명분, 천명, 위협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율도국 성은 문서가 갈등을 공식화하는 정치적·군사적 공간입니다.

반면 해인사는 재물 탈취가 벌어지는 공간입니다. 길동은 해인사라는 공간 자체를 차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재물을 빼앗아 나갑니다. ④번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두 공간 모두 외부 세력인 길동 일당과 관련되니 "공간 자체를 탈취"한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해인사 장면의 핵심은 공간 점령이 아니라 승려 결박과 재물 이동입니다.

수업에서 이 문제를 풀 때는 학생들에게 "해인사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무엇인가, 율도국 성에서 드러나는 것은 무엇인가"를 먼저 묻습니다. 해인사에서는 재물이 빠져나가고, 성에서는 격서를 통해 갈등이 드러납니다. 이렇게 잡으면 ③번과 ④번이 분명하게 갈립니다.

30번은 속임수담의 요소를 정확히 맞추는 문제다

30번은 관군을 북쪽 소로로 보내는 장면을 속임수담으로 읽게 한 뒤, 속이는 의도와 방법과 결과를 구분하게 만든 문항입니다. 정답은 ④번입니다. 길동은 관군에게 도적들이 북쪽으로 갔다고 거짓 정보를 줍니다. 그런데 ④번은 길동이 자신이 산에서 내려가는 것에 대해 관군에게 사실이 아닌 정보를 준다고 했습니다. 그런 장면은 없습니다.

이 문제에서 ①번도 학생들이 한 번 멈추는 선택지였습니다. 화작 기준으로 ①번 선택률이 11%였습니다. "안심할 수 있는 장소"라는 말이 살짝 추상적이라 어색하게 느껴졌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길동의 의도는 도적들과 재물을 관군에게 잡히지 않게 안전하게 보내는 데 있으므로 ①번은 맞습니다.

속임수담은 이렇게 잡으면 됩니다. 속이는 이는 길동, 속는 이는 관군입니다. 속이는 의도는 도적들과 재물을 안전하게 보내는 것입니다. 속이는 방법은 승려 차림으로 높은 곳에서 관군에게 도주 방향에 대한 거짓 정보를 주는 것입니다. 속인 결과는 관군이 북쪽 소로로 가고, 도적들이 남쪽 대로를 통해 무사히 돌아오는 것입니다.

31번은 길동의 정당성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 묻는다

31번은 문제에서 제시한 참고 설명을 바탕으로 율도국 정벌 장면을 읽는 문제입니다. 정답은 ⑤번입니다. 율도국 왕은 길동을 "무명 소적"이라고 낮추어 부르고, 문무제신은 싸웠다가 패할 것을 염려합니다. 이것은 길동을 두려워하거나 신중하게 대응하는 모습이지, 길동이 왕이 되는 일이 마땅하다는 인식이 율도국 안에서 확산된 모습은 아닙니다.

①번부터 ④번까지는 참고 설명과 지문이 잘 연결됩니다. 율도국은 "국세가 대국이나 다름이 없"는 안정적인 나라입니다. 길동이 그런 나라를 정벌하려는 것은 안정적인 나라를 침략해 욕망을 실현하려는 모습으로 읽힙니다. 장수들이 "평생 소원"이라고 답하는 장면은 길동의 욕망이 길동 집단 내부의 공동체적 소원으로 제시되는 부분입니다.

또 길동은 "성탕"과 "무왕"의 일을 끌어와 자신의 정벌을 역사적 사례와 같은 범주에 놓으려 합니다. 항복하지 않으면 "천명"을 거역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하늘의 뜻이라는 명분도 붙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율왕이 실제 폭군이라는 증거가 지문에 뚜렷하게 제시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정당성은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 길동의 격서 속 언어로 구성됩니다.

고전소설 독해 포인트는 대화문의 기능이다

이 지문에서 대화문은 인물의 감정만 보여 주지 않습니다. 대화문이 사건을 움직입니다. 길동이 "하나도 빠지지 말고 일제히 모이라"고 말하면 승려들의 위치가 바뀝니다. "음식의 부정함"을 말하면 거짓 상황이 죄책감과 공포로 바뀝니다. "본관에 들어가" 엄벌하겠다고 말하면 결박이 가능한 분위기가 됩니다. 관군에게 "도적이 북으로 갔"다고 외치면 관군의 추격 방향이 바뀝니다.

고전소설을 읽을 때는 인물의 말을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특히 주인공이 비범한 능력을 가진 인물일수록, 그 말은 사실 설명보다 전략일 때가 많습니다. 길동의 말은 상대를 설득하고, 겁주고, 속이고, 움직입니다. 이번 28~31번 세트도 이 점을 정확히 본 학생이 훨씬 안정적으로 풀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헷갈린 선택지의 공통점

이번 세트에서 헷갈린 선택지들은 공통적으로 사건을 너무 크게 뭉뚱그리게 만듭니다. 28번 ③은 길동이 말한 위협을 실제 실행으로 처리하게 만듭니다. 29번 ④는 해인사 재물 탈취와 율도국 정벌을 모두 공간 탈취로 묶게 만듭니다. 30번 ④는 도적들의 도주 방향을 속인 장면을 길동 자신의 이동 정보로 바꿉니다. 31번 ⑤는 두려움과 신중함을 정당성 인정으로 바꿉니다.

이런 선택지는 지문 전체의 분위기만 보면 맞는 것처럼 보입니다. 길동이 대단하고, 속이고, 빼앗고, 정벌한다는 큰 흐름만 잡으면 선명하게 틀린 말이 잘 안 보입니다. 하지만 평가원 문학은 큰 줄거리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말했는지, 그 말이 실제 사건인지 위협인지,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 재물 이동인지 갈등 표면화인지를 좁혀 읽어야 합니다.

이 지문을 다시 공부할 때의 순서

첫째, 해인사 장면은 사건 순서가 먼저입니다. 백미를 보냄, 승려를 모음, 모래를 씹음, 음식이 부정하다고 꾸밈, 본관 고발을 위협함, 승려를 결박함, 도적들이 재물을 실어 나름, 나무하던 사람이 고함. 이 순서가 잡히면 28번이 정리됩니다.

둘째, 관군을 북쪽 소로로 보내는 장면에서는 속임수담의 다섯 요소를 표로 나누면 됩니다. 속이는 이는 길동, 속는 이는 관군, 의도는 도적과 재물을 안전하게 보내는 것, 방법은 도주 방향에 대한 거짓 정보, 결과는 관군이 북쪽으로 가고 도적들이 돌아오는 것입니다. 이 구분이 30번의 핵심입니다.

셋째, 율도국 장면에서는 길동이 정벌을 정당화하는 말을 따로 표시해야 합니다. "평생 소원", "성탕", "무왕", "천명"이 핵심 단어입니다. 다만 율도국 내부 인물들이 길동의 왕 됨을 마땅하다고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이 차이가 31번에서 답을 가릅니다.

핵심 정리

허균 「홍길동전」 28~31번은 길동의 영웅성을 외우는 문제가 아니라, 길동의 말이 사건을 어떻게 조작하고 정벌의 명분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읽는 문제였습니다. 해인사에서는 속임수와 재물 탈취, 관군을 속이는 장면에서는 방향 조작, 율도국에서는 격서를 통한 정당화가 중심입니다. 특히 29번처럼 공간의 성격을 비교하는 문제는 큰 줄거리보다 세부 기능을 잡아야 맞힐 수 있습니다. 해인사는 재물이 빠져나가는 공간이고, 율도국 성은 문서와 군사 대응으로 갈등이 표면화되는 공간입니다.

고전소설은 사건이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줄거리만 따라가고 대화문의 기능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지문은 그 지점을 정확히 건드렸습니다. 길동의 말이 사실인지, 위협인지, 거짓 정보인지, 명분인지 구분하면서 읽으면 「홍길동전」은 훨씬 선명하게 풀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