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학년도 6월 평가원 국어 공통 독서 10~13번은 정보 비대칭에서 출발해 사상의 자유 시장 이론, 그 비판론, 헌법 재판소 실명확인 사건까지 이어지는 지문입니다. 지문 자체가 어렵다기보다 경제 영역의 정보 비대칭을 사회적·정치적 표현 문제로 옮겨 가는 연결 고리를 놓치면 12번과 13번에서 크게 흔들리는 세트였습니다.
이 지문은 정보 비대칭을 표현의 자유 문제로 확장합니다
첫 문단은 경제 지문처럼 시작합니다. 완전경쟁시장에서는 경제 주체가 완전한 거래 정보를 가진다고 가정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보를 얻는 데 드는 비용이 다릅니다. 이 차이 때문에 어떤 사람은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어떤 사람은 더 적은 정보를 갖게 됩니다. 이것이 정보 비대칭입니다.
정보를 적게 가진 쪽은 낮은 품질의 상품을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고를 수 있습니다. 지문은 이를 역선택 문제로 설명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성분이나 효능 같은 정보를 공급자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강제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시장에서 정보가 부족할 때 정부가 개입하는 전형적인 구조입니다.
그 다음 지문은 이 구조를 온라인 상거래와 생성형 인공 지능 광고로 옮깁니다. 이용자가 정보의 진위, 의도, 편향을 알기 어려운 허위·과장 광고가 늘어나면 온라인에서도 정보 비대칭이 생깁니다. 생성형 인공 지능 사용 여부 표시 의무 조항은 인공 지능을 활용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사용 여부를 표시하도록 한 조항입니다.
논증 구조는 세 단계로 잡으면 됩니다
이 지문의 논증 구조는 경제 시장의 정보 비대칭, 온라인 광고의 정보 비대칭, 사회적·정치적 표현에 대한 규제 논쟁으로 이어집니다. 개념을 많이 늘어놓은 글이 아니라, 하나의 문제를 다른 영역으로 넓히는 글입니다.
- 1단계: 경제 시장에서 정보 비대칭이 생기면 역선택 문제가 발생하고, 정부 개입이 가능하다.
- 2단계: 온라인 광고와 생성형 인공 지능에서도 이용자가 정보의 진위와 의도를 알기 어려워 정보 비대칭이 발생한다.
- 3단계: 사회적·정치적 표현에 대해서는 정부 개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사상의 자유 시장 이론과, 공동 규제가 필요하다는 비판론이 갈린다.
제가 직접 풀어보니 이 지문은 첫 문단의 경제 개념을 외우는 문제보다, 그 개념이 뒤 문단에서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따라가는 문제가 더 중요했습니다. 정보 비대칭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문제에 머물지 않고, 허위 정보가 여론과 정책 판단을 흔드는 문제로 확장됩니다.
사상의 자유 시장 이론과 비판론의 차이
사상의 자유 시장 이론과 비판론의 차이는 정부 개입을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에 있습니다. 사상의 자유 시장 이론은 완전경쟁시장 모델을 표현의 영역에 적용합니다. 다양한 의견이 경쟁하면 표현의 진위나 가치가 그 경쟁 속에서 결정될 수 있으므로, 정부가 개입하면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해당하지 않는 표현을 기본권으로 보호했고, 플랫폼 시장에도 사업자의 자율 규제를 적용했습니다. 우리나라 헌법 재판소도 사회적·정치적 표현의 진위나 가치는 사상과 의견의 경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비판론은 현실의 정보 환경이 완전경쟁시장처럼 작동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진실한 정보는 과소 공급되고 허위·왜곡 정보가 대량 공급되면 다양한 의견 간의 경쟁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시민은 허위·왜곡 정보를 바탕으로 사회적·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고, 정책 담당자도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의도적으로 유통한 정보를 시민의 진정한 의견으로 오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판론은 플랫폼과 정부의 공동 규제를 주장합니다. 다만 표현의 자유가 기본권이라는 점을 전제하기 때문에, 법적 근거 없이 정부가 곧장 모든 유해 정보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닙니다. 플랫폼 사업자가 먼저 유해하거나 불법인 정보를 자율적으로 삭제하거나 차단하고, 그 조치가 미흡하면 정부가 사후에 규제해야 한다는 구조입니다.
정답률로 보면 13번이 압도적으로 어려웠습니다
이번 2027학년도 6월 평가원 국어 등급컷은 화법과 작문 기준 1등급 96점, 2등급 91점, 3등급 82점, 4등급 71점, 5등급 56점이었습니다. 언어와 매체 기준은 1등급 95점, 2등급 89점, 3등급 81점, 4등급 70점, 5등급 56점이었습니다. 공통 독서에서 13번처럼 정답률이 크게 떨어지는 문항은 등급컷 근처 학생들에게 체감이 꽤 컸을 수밖에 없습니다.
| 문항 | 정답 | 화작 정답률 | 언매 정답률 | 가장 강한 매력 오답 |
|---|---|---|---|---|
| 10번 | ② | 79% | 92% | ④: 분류 기준의 문제점처럼 오해한 경우 |
| 11번 | ③ | 76% | 91% | ④: 완전경쟁시장 가정을 현실 시장으로 읽은 경우 |
| 12번 | ⑤ | 59% | 76% | ④: 비판론을 정부의 사전 차단론으로 좁혀 읽은 경우 |
| 13번 | ⑤ | 29% | 47% | ②: 인공 지능 활용 허위 광고라서 표시 의무 조항으로 제재 가능하다고 착각한 경우 |
10번과 11번은 글의 방향을 확인하는 문제였습니다
10번의 정답은 ②입니다. 글은 정보 비대칭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을 사상의 자유 시장 이론과 비판론에 연결하여 구분합니다. 경제 시장에서는 정부 개입이 정보 비대칭 해소의 방식으로 제시되고, 표현의 영역에서는 자율 경쟁을 중시하는 입장과 공동 규제를 중시하는 입장이 나뉩니다.
①은 장단점 분석이 아닙니다. ③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인식 변화가 아닙니다. ④는 분류 기준의 문제점을 규명하는 글이 아니고, ⑤처럼 여러 개념을 종합해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글도 아닙니다. 10번은 지문의 전개 방식을 크게 잡으면 빠르게 풀 수 있었습니다.
11번의 정답은 ③입니다. 생성형 인공 지능이 활용되면서 이용자는 정보의 진위나 의도, 편향을 알기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③은 온라인 허위 광고의 의도가 이용자에게 쉽게 파악된다고 말합니다. 바로 그 지점이 지문과 반대입니다.
④도 학생들이 한 번 멈칫할 수 있습니다. 완전경쟁시장은 경제 주체가 완전한 거래 정보를 갖는다고 가정되는 모델입니다. 이 가정 안에서는 정보 비대칭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현실 시장에서는 정보 비대칭이 생기지만, ④는 완전경쟁시장 모델 내부의 설명이므로 맞는 진술입니다.
12번은 비판론을 너무 강하게 읽으면 틀립니다
12번의 정답은 ⑤입니다. 사상의 자유 시장 이론은 플랫폼 시장에 자율 규제를 적용하는 입장이고, 그 비판론은 정부와 플랫폼의 공동 규제를 주장하는 입장입니다. 두 입장은 규제 방식에서는 갈리지만, 표현의 자유가 기본권이라는 전제를 공유합니다. 그래서 ⑤가 맞습니다.
④가 가장 강한 오답이었습니다. 비판론은 허위·왜곡 정보가 시민의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합니다. 하지만 사상의 자유 시장 이론에 대한 비판론은 정부가 유해한 정보를 미리 차단 조치해야 한다고만 말하지 않습니다. 플랫폼 사업자의 사전 자율 조치와 정부의 사후 규제가 함께 제시됩니다. 이 차이를 놓치면 ④가 그럴듯해 보입니다.
②도 조심해야 합니다. 사상의 자유 시장 이론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해당하지 않는 표현을 보호하는 근거입니다. 위험한 표현 자체를 보호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평가원은 이런 식으로 한 단어만 밀어 넣어 이론의 방향을 뒤집습니다.
13번은 표시 의무 조항과 실명확인 사건을 분리해야 합니다
13번의 정답은 ⑤입니다. 실명확인 사건에서 헌법 재판소 다수 의견은 게시판 이용자의 실명 확인 조치를 하지 않은 인터넷 언론사를 제재하는 법률 규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그러므로 플랫폼 B가 실명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그 결론에 따르면 법적 제재를 받는다고 할 수 없습니다. ⑤는 결론을 거꾸로 읽은 진술입니다.
이 문제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흔들린 선택지는 ②였습니다. 화작 선택 학생은 ②를 30%나 골랐고, 정답 ⑤는 29%였습니다. 언매 선택 학생도 ②를 27% 선택했습니다. 왜 ②가 강했을까요. ‘갑’이 생성형 인공 지능으로 가상 의료인이 등장하는 동영상을 만들었고, 그것이 허위 광고라면 당연히 제재해야 할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성형 인공 지능 사용 여부 표시 의무 조항은 인공 지능을 활용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표시 의무를 부과한 조항입니다. 광고성 정보를 제작하여 게시한 정보 제공자 ‘갑’이나, 광고성 정보가 유통되는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그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제기되었지만, 지문은 그들이 현행 표시 의무 조항의 적용 대상에 이미 포함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②는 맞는 진술입니다. ‘갑’을 표시 의무 조항으로 제재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지문과 맞습니다.
①도 같은 원리입니다. 플랫폼 A에 같은 표시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있을 수 있지만, 생성형 인공 지능 사용 여부 표시 의무 조항 자체로 플랫폼 A를 제재할 수는 없습니다. ③은 사회적·정치적 견해 표명을 처벌하려는 법률의 필요성을 주장한 내용이므로,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호한 다수 의견 취지와 맞지 않습니다. ④는 여러 이름으로 같은 취지의 글을 반복 게시해 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는 상황이므로, 허위·왜곡 정보가 자율적 방법으로 교정되기 어렵다는 소수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이 세트의 핵심은 적용 대상과 규제 순서입니다
정보 비대칭이라는 개념만 외우면 10~11번은 어느 정도 풀립니다. 그러나 12~13번은 그 개념을 정부 개입, 플랫폼 자율 규제, 표현의 자유, 헌법 재판소 결정에 맞춰 적용해야 합니다.
13번 풀이의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생성형 인공 지능 사용 여부 표시 의무 조항의 적용 대상을 묻습니다. 광고를 만든 사람, 플랫폼, 제품·서비스 제공 사업자를 구분해야 합니다.
둘째, 실명 확인을 하지 않은 인터넷 언론사를 제재하는 규정의 위헌 여부를 묻습니다. 다수 의견의 결론은 위헌이므로, 제재를 받는다는 진술은 틀립니다.
수업에서는 13번을 풀 때 표시 의무 조항의 적용 대상을 먼저 세 칸으로 나눴습니다. 제품·서비스 제공 사업자, 광고성 정보 제공자, 플랫폼 사업자를 분리해 놓고, 실명확인 사건은 별도로 빼서 다수 의견의 결론만 확인했습니다. 학생들이 헷갈리는 이유는 내용 자체가 어렵기보다, ‘제재가 필요해 보이는 상황’과 ‘현재 지문에서 적용 가능한 법률 조항’을 구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평가원 독서 문제는 여기서 늘 갈립니다. 현실적으로 맞아 보이는 판단이 아니라, 지문 속 조항이 실제로 어디까지 적용되는지를 끝까지 따져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