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학년도 EBS 수능특강 독서 ‘적용 주제통합 11’에 수록된 「법 해석의 본질과 유추」 지문은 법적 판단에서 ‘유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관점을 비교하는 글입니다. 많은 경우 유추를 단순히 법의 빈틈을 메우는 보조 수단으로 이해하지만, 이 지문에서는 그 전통적 이해를 비판하거나 재검토하는 논의를 제시합니다. 특히 (가)는 유추를 법 해석의 본질과 연결시키는 관점을 제시하고, (나)는 사례 간 직접 비교로 이해되는 유추 개념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따라서 이 글을 읽을 때는 단순히 ‘유추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법 해석 과정에서 규범과 사례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를 중심으로 관점을 잡아야 합니다. 두 글 모두 사례와 규범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통해 법적 판단의 구조를 설명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일반적 명제’나 ‘비교 기준’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이 지문은 유추의 의미를 둘러싼 서로 다른 이해 방식을 비교하면서 법 해석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독서 지문입니다.
유추를 ‘흠결 보충’으로만 보는 전통적 이해의 한계
전통적으로 법 해석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규범에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례의 결론을 도출하는 연역적 과정으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특정 사례에 직접 적용할 규범이 없을 때 비슷한 사례에 적용되는 규범을 가져와 해결하는 방식을 ‘유추’라고 설명합니다. 즉 유추는 법에 빈틈이 있을 때 이를 메우는 보조 수단으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가)는 이러한 이해 방식이 실제 법 해석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봅니다. 실제로는 규범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와 규범을 서로 맞추어 가는 과정 속에서 규범 자체가 정제됩니다. 다시 말해 규범은 처음부터 모든 사례에 대한 완성된 답을 준비해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례와의 관계 속에서 의미가 구체화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법 해석 과정은 단순한 연역이 아니라 사례와 규범이 서로 조정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유추를 단순히 법의 빈틈을 보충하는 예외적 수단으로 이해하기보다는, 규범과 사례를 연결하는 사고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관점이 제시됩니다.
유추의 구조: 사례에서 바로 결론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가)에서 강조하는 핵심은 유추가 ‘사례에서 사례로 바로 이동하는 추론’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흔히 유추를 두 사례의 유사성을 근거로 결론을 내리는 방식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구조는 그렇지 않습니다. 두 사례 사이에는 반드시 두 사례를 연결하는 제3의 비교 기준이 존재합니다.
이 비교 기준은 일반적 명제의 형태를 가지며, 사례들을 동일한 규범 아래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유추는 개별 사례에서 출발해 비교 기준을 담은 일반적 명제를 거쳐 다시 개별 결론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가집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유추는 단순한 연역도 아니고 단순한 귀납도 아니라, 두 방식이 결합된 추론으로 이해됩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법 해석 과정은 규범과 사례라는 서로 다른 요소를 맞추어 가는 과정이며, 이 과정 자체가 유추적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유추는 특정 상황에서만 등장하는 보조 수단이 아니라 법 해석 전체를 설명하는 사고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사례의 직접 비교로 이해된 유추에 대한 비판
(나)는 다른 방향에서 유추 개념을 비판합니다. 여기서는 유추를 하나의 사례에서 다른 사례로 직접 추론하는 방식으로 설명하는 관점을 먼저 제시합니다. 이 관점에 따르면 법관은 과거 사례와 현재 사례의 사실 관계를 비교하고, 유사성을 근거로 현재 사례의 결론을 도출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에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두 사례 사이에는 사실 관계의 유사점과 차이점이 무수히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점을 중요하게 볼 것인지 결정하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결국 두 사례의 비교가 의미를 가지려면 사례 바깥에서 적용되는 규칙이나 원리가 필요하게 됩니다.
이처럼 비교 기준이 되는 일반적 명제가 개입하는 순간 실제로 사례를 결정하는 것은 유사성 자체가 아니라 그 규칙이나 원리가 됩니다. 따라서 사례의 직접 비교만으로 판단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하는 것은 법적 판단의 실제 구조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사법적 판단에서 요구되는 기준
(나)는 사례의 직접 비교만으로 이루어지는 판단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만약 어떤 일반적 기준도 없이 단순히 유사하다고 느끼는 점을 근거로 판단한다면, 이는 합리적인 추론 과정이 아니라 직관적 판단에 가까워집니다. 이러한 방식은 판단자가 어떤 유사점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자의적인 판단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사법적 판단은 단순한 직관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판단 과정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사례 비교는 언제나 규칙이나 원리와 같은 기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기준을 통해서만 선례가 현재 사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나)는 사례 간 직접 비교로 이해되는 유추 개념 자체가 설명력을 갖기 어렵다고 비판합니다.
많이 헷갈려하는 부분
(가)는 유추를 긍정하고 (나)는 유추를 부정한다고 보면 될까?
두 글 모두 단순히 유추를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글로 읽으면 핵심을 놓치기 쉽습니다. (가)는 유추를 법 해석의 본질과 연결해 설명하고 있으며, (나)는 사례의 직접 비교라는 방식으로 이해된 유추 개념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따라서 두 글은 서로 다른 유추 개념을 전제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을 구분해 읽어야 합니다.
‘제3의 비교점’은 왜 필요한가?
사례들 사이에는 유사점과 차이점이 무수히 존재합니다. 따라서 어떤 요소가 법적으로 중요한지를 판단하려면 사례 바깥에서 적용되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 기준이 바로 일반적 명제 또는 규칙의 형태로 나타나는 제3의 비교점입니다.
사례의 직접 비교가 왜 문제가 되는가?
단순히 두 사례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결론을 내리면, 어떤 유사점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판단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합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판단 과정이 되기 어렵기 때문에 법적 판단의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유추와 연역은 완전히 다른 추론 방식인가?
(가)는 유추를 연역과 귀납이 혼합된 추론 양식으로 설명합니다. 즉 유추는 단순히 사례를 비교하는 방식이 아니라 규범과 사례를 연결하는 과정 속에서 작동하는 사고 방식입니다. 이 때문에 유추를 연역과 완전히 분리된 별도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